소백산은 철쭉의 산이다. 오뉴월에 산정에 오르면 하늘을 사를 듯 치솟아 오른 연분홍 불길이 장관이다.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천상의 화원이라 했을까.
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즈음 그 소백산이 다시 손짓한다. 이번엔 광활한 초원이다. 물론 야생화도 지천으로 널렸다. 바람에 밀려난 한여름은 산자락 저 아래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.
이마에 스치는 바람이 너무 시원하고 따가운 햇살조차 외려 반갑게 느껴진다. 동화처럼 펼쳐진 산정 초원이 설릉과 철쭉 못지 않은 또 다른 추억으로 다가오리라. <
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품이 넓은 소백산은 소잔등처럼 그렇게 부드러운 능선만이 자랑이 아니다. 지리의 칠선, 설악의 수렴동 만큼 장대하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나름대로의 멋과 운치를 지닌 계곡이 여럿 있다.
덧붙여 소개할 순흥달밭골은 그러한 계곡 중 단연코 돋보이는 골짜기다. 게다가 비지정 등산로인데다 초입 찾기도 쉽지 않아 원시의 모습 그대로가 오롯이 남아있는 곳이다. 초원으로 올라 물소리 가득한 원시의 계곡으로 내려선다면 더 없는 산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.
능선과 계곡을 아우르는 이번 산행은 희방사를 들머리로 잡았다. 입장료가 만만찮고 원점회귀가 어려운 점이 있지만 소백 탐승의 주요 지점들을 많이 포함 시켰다. 대신 탈출로와 대체산행로를 제시해 부담이 될 부분을 최소화했다. 형편에 맞게 취사선택할 것으로 짐작한다. 답사경로는 희방사~연화봉~주목군락지~비로봉~순흥달밭골~초암사 순으로 휴식시간까지 포함해 대략 5시간30분~6시간 정도 걸린다.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40분.
산행은 대중교통편을 이용한다면 희방사 입구 검문소에서 시작되고 자가 승용차를 타고 간다면 매표소를 지나 맨 위쪽 주차장에서 출발한다. 희방사 절까지는 각각 30분,10분이 걸린다. 오름길 중간 우렁찬 소리로 시원하게 떨어지는 희방폭포를 만난다.
들머리 희방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천년고찰이다. 지금의 가람은 6.25 때 소실된 것을 새롭게 불사한 건물이다. 고색창연한 맛은 떨어지지만 예사롭지 않은 주변 풍광이 볼 만하다.
연화봉에 오르는 길은 희방사 극락교를 건너 오른쪽 산 사면을 돌면 시원한 물소리로 다시 만난다. 이후의 등로는 국립공원 지정 등산로다. 곳곳에 세워진 이정표를 잘 따르면 순흥달밭골 초입까지 손쉽게 찾아갈 수 있다. 주차장에서 연화봉까지 70분 소요. <
2개의 정상석이 세워져 있는 연화봉에 닿으면 주능선을 만난다. 여름 소백산의 진수는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. 제1연화,비로,국망,상월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은 여인의 나신처럼 부드러운 곡선이 매력이다. 바람소리 생생한 짙은 녹색의 산정 초원은 주능선이 갈아입은 이 계절의 새 옷이다.
광활한 풀밭 사이 게으르게 흘러가는 목책 계단을 따라 오르면 바람보다 먼저 드러누운 들풀들이 시원하고 그 너머 피어오른 뭉게구름이 상큼하다. 들풀 사이사이 고개 내민 이름 없는 야생화들도 앙증맞다. 들풀 들꽃과 멋진 조화를 이룬 주목들도 볼거리다. 비로봉까지 90분 소요.
상봉인 비로봉에서의 등로는 두 갈래다. 달밭재로 해서 비로사로 내려서는 하산 길과 국망봉으로 이어가는 능선길이 있다.
흥달밭골은 소백산에서 몇 남지 않은 원시계곡의 하나다. 국망봉 주능선을 따라 22분쯤 가면 작은 초원지대에서 계곡으로 떨어지는 길이 있지만 수풀에 가려 쉬 찾기 어렵다.
우선 '국망봉 2.2㎞' 이정표와 '위치번호 소백 01-18' 긴급구조 팻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. 이정표는 어의곡리 삼거리에서 500m쯤 가면 만나고 긴급구조 팻말은 그곳에서 다시 200m쯤 더 가면 등산로 상에서 만난다. 달밭골 초입은 이 팻말을 지나 100m쯤 더 가서 만나는 작은 초원지대 오른쪽 수풀 속으로 숨겨져 있다. 주변에 부산일보 표지기를 여러 장 달아 놓았으니 참고 하면 된다.
수풀을 헤치고 들머리로 들어서면 길은 점차 뚜렷해진다. 하지만 주변 풍광은 뚜렷한 길과 대조적으로 더욱 원시림의 모습을 드러낸다. 그 비경의 정점이 달밭폭포다. 초입에서 30분쯤 걸려 만나는 폭포는 그리 크지 않지만 주변의 이끼와 어울린 태초의 모습이 신비롭다. 5분쯤 발을 담그면 온몸이 오싹해질 정도로 차가운 것은 폭포의 또 다른 매력이다.
폭포에서 다시 30분쯤 더 내려가면 잡목 숲을 지나 하늘이 터지는 곳에서 민가 2채를 만난다. 바로 달밭마을이다. 한 채는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이 확연한데 나머지 한 채는 먼지가 쌓여있다.
산행 종점인 초암사는 달밭마을에서 물길을 서너번쯤 건너야 한다. 내림길 중간에 만나는 갈림길은 달밭재와 연결되는 지점으로 이곳으로 나아가면 비로봉으로 오를 수 있다.
초암사까지 30분 소요. 초암사에 닿으면 산행은 사실상 끝나지만 그 지점부터 시작되는 퇴계 이황이 계곡의 아름다움에 취해 하나하나 이름 붙인 죽계9곡이 유명하다. 계곡을 따라 시멘트 길이 생겨 운치가 덜하지만 4곡까지는 그런대로 볼 만하다.
'산행,여행 안내' 카테고리의 다른 글
순천 금전산 산행안내 (0) | 2016.04.24 |
---|---|
청학동 상불재 1162m 산행안내 (0) | 2016.04.23 |
기장 봉대산 산행 (0) | 2016.04.19 |
백운산 산행 안내/근교산행 (0) | 2016.02.19 |
2015. 11,12월 산행 (0) | 2015.09.20 |